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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옆으로 누워있는 매복 사랑니 발치 말많은 후기
    주절 조잘 후기 2022. 2. 8.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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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면서 나만한 쫄보를 본 일이 없다.

    게다가 쓰잘데기 없는 가정법과 상상을 끊임없이 곁들이는 쫄보는 더더욱..

     

    스케일링 보험 혜택 받으러 갔다가 무슨 정신으로 “그럼 일주일 후에 바로 뽑죠-!” 이지랄을 한건지. 생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시기엔 두려운 것이 없는게다. 무조건 다음 생리가 다가오기 전까지 회복까지 완벽히 끝내리라

    생리통과 치통을 한꺼번에 앓는건 생지옥이리라.

     

    사랑니가 위아래 양쪽에 전부 나있다는 사실은 십여 년 전에도 알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불편한 사랑니가 아니니 상관 없다고 하셨는데 이게 옆에 나있는 선량한 치아를 온몸으로 밀어내기 시작하며 문제가 생겼다. 누워 있는 놈 주제에 힘이 쎄다고.

    나는 나이 먹어가면서 쇠약해지는데 니깟게 뭔데 점점 시팔 강해지고 난리세요,,,

     

     

    발치 당일,

     

    밥을 든든히 먹고 탁센 한 알을 먹고 갔었어야 나중에 덜 아팠으려나. 혹시나 약이 다른 쪽으로 문제가 생길까봐 하는 무식한 쫄보의 조바심이 발동하여 그냥 그대로 치과로 향했다.

    진료 의자에 앉았다.

    내가 다니는 곳은 의사 선생님이 한 분 뿐인 치과. 얼른 끝내고 싶은데 옆에서 먼저 진료를 받던 꼬마가 의사 선생님 집중을 흐트리며 시술을 안 받으려고 별 말장난을 다 한다. 선생님 이건 뭐에여? 그건 안 하면 안 돼여? 하면서. 얘야 나 빨리 하고 싶은디….

     

    마취 주사란 걸 맞아본 적이 없는 유난히 내성적이고 별 일 없었던 30대 성인은 치아를 뿌셔서 뽑아내는 것보다도 마취가 걱정되어 죽을 지경이다. 그런데 간호사 님께서 환타 독한 맛 같은 물질을 내게 건네주시더니 가글하고 뱉어내라고 한 이후에 잇몸이 우리해지기 시작했다.

    마취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 바로 왔다 입술까지 감각이 없어지기 시작했으므로. 요즘은 주사를 놓는 방식이 아닌 건가? 물론 예전 방식 같은 걸 애초에 모릅니다만..

     

    꽝꽝 치고 으스러트려서 뺄 예정이니까 불편하면 손을 들라 하셨는데 불편하거나 아프거나 하는 감각은 조금도 없었다. 다만 뭔 대리석 태우는 냄새가 남. 물론 제가 그 비싼 대리석을 태워본 일이 없습니다만..

    으득 으득 깨부수는 소리는 내가 평소에 얼음 깨먹는 소리와 다를 바 없었음. 아 이제 빼는구나~는 얼추 알겠어도 다 뺐구나~ 하는 느낌은 잘 모르겠네 하는 찰나에 맙소사. 입술 표면으로 실이 이쪽으로 들어갔다 저쪽으로 나갔다 하는 감촉이 너무 느껴져서 그 때 알아버렸다. 다 끝났구나 이제 꼬매는구나. 실 색깔 솔직히 궁금하다...

     

    2시 30분 예약이었는데 꼬마 손님의 실랑이를 어쩐지 와따시가 젠부 겪어버리고 뭔가 이것저것 지연되어 3시 30분에 발치가 끝났다. 간호사 님께서 주신 아이스팩을 턱에다가 대고 진짜 치통으로 고생하는 수상한 사람 꼴을 한 채로 집으로 돌아왔다.

     

    3시간 악착같이 거즈를 물고 있다가 뺐는데 희한하게도 목이 엄청나게 아프기 시작함. 마치 펄펄 끓는 커다란 쇠공이 목에 꽈악 들어차 있는 마냥 땡땡하게 아팠다.

    거즈를 딱 뺐을 때에 조금 고통스러웠고 이내 견딜 만 하다가 8시 30분 쯤 되니까 사랑니가 빠진 자리가 뭐에 눌리듯이 뜨겁게 얼얼해오기 시작함. 

     

    평소 베개 없이 자는데 베개를 조금 높게 받치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살면서 잠을 못 자 본 적이 없는 내가 이 날 난생 처음으로 거의 잠을 못 잤음. 이유: 베개를 갑자기 써서인가 싶었지만 그게 아니라 너무 아파서. 

    잇몸이 아픈 건 솔직히 전혀 모르겠고 오로지 목이 너무 아파서 잠들만 하면 깨고 또 깨기를 반복했다. 피맛이 나면 뱉지 말고 삼키라 하셨는데 그 침 삼키는 고통이란게 이렇게 어마어마할 줄은..

     

     

    발치 2일 후,

     

    목은 많이 나아졌다. 이제 또 다른 고난이 시작 되었는데

    실이 잇몸과 입 안쪽 살을 팽팽하게 관통하고 있는 듯한 뻐근하고도 아린 고통이 바로 그 것.

    실이 입 안의 살에 꿰여서 살을 억지로 땡기고 있는 느낌이랄까. 가까스로 입을 조금 벌릴 수 있게 되었을 때에 거울을 사용하여 슬쩍 보았다가 실밥이 거의 바이올린 줄 마냥 팽팽하다는 사실을 목도 해버림.

    아 그리고 실은 검정색입디다. 겁나 궁금했었음.

     

    여튼 아침부터 밤까지, 심지어 자다가 깨서도 입 안의 살이 찢기듯이 아팠다. 이 고통은 1주일 넘게 지속되었고, 가글할 때 그리고 무언가를 먹을 때 고통은 더 심해졌다.

    만성비염인 내가 재채기를 참고 참다가 한번 크츄읏-! 정도로 터져 나왔는데 진심 그대로 방구석에서 뒤질 뻔함. 다행히도 유혈사태는 없었음. 휴

     

     

    발치 5일 후,

     

    턱에 초록색 멍이 생겼다. 정확히 말하면 입꼬리에서 대각선으로 45도 내려온 부위에.

    그리고 턱 통증도 생겼다. 허나 턱 안쪽이나 잇몸이 아픈 게 아니라 그냥 턱 겉부분이 빠개질 듯한 통증이어서 썩 심각하게 여기진 않았다. 드라이소켓이 의심되는 류의 이상징후만 아니면 된거지 룰루랄라

    뭔가 썩는 냄새가 나면 드라이소켓 이라던데. 그런 냄새 없이 단지 잇몸 구석에 피떡이 찌덕찌덕 고여 있는 느낌은 1주일이 지나도 가시지 않음. 

     

     

    그래도 시간은 흐르는지 어느새 실밥을 뽑는 날이 되었다!

    실밥 뽑을 시기가 다가왔다는 것은 역시 어느 정도는 귀신같이 회복이 되었을 시기라는 것.

    치과 가기 전날에 갑자기 크림빵이 너무 땡겨서 한꺼번에 파리바게트 크림빵 7종을 전부 흡입하는 돼지새끼 기염을 토하기도.

    파리바게트 딸기 에디션 나쁘지 않았어..

     

     

    실밥 뽑는 날,

     

    실밥 뽑는 도중에 의사 선생님 말씀하시길,

    이게 한 2주 간은 입 벌리는거 자체가 힘들 거여요. 그래서 반대쪽 누워있는 사랑니는 바로 수술은 못해요잉(예?)

    그러니까 2주 있다가 마저 뽑읍시다(;;뭐가요)

     

    그 앞에서 극구 한사코

    어우 저 이거는 제가 생각을 좀...따로 연락 드리겠슴다 하고

    뭐 그냥 아직까지도 병원 전화번호를 알아볼 생각을 안 하고 있음. 제가 미쳤읍니까 선생님…

     

    실밥을 뺐더니 당연하게도 살 찢기는 고통은 사라졌다. 뭔가 얇은 싸구려 풍선껌 같은 것이 아랫니 윗니에 다 씌여진 것만 같은 쩐득쩐득한 감촉을 얻은 건 미스테리. 문의할 만한 그런 건 아닌 듯 하여 패스.

    그리고 사랑니가 자리했었던 곳이 푹 패여서 그런지 밥알들이 자꾸 거기에 무단 입주를 해버림.

    그럴 때는 고개를 숙여서 물로 가글해주니 쉽게 훅 빠지고 도로 공실이 됩디다.

     

     

    고통스러웠다는 얘기 이백줄 쓰고 갑자기 순기능을 곁들여 보자면,

     

    1) 피부가 좋아짐. 여드름과 식습관은 큰 관련이 없다는 연구는 익히 알고 있지만 여튼 나는 좋아졌다. 죽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딱 2번 인스턴트 죽 사먹고 이후엔 거의 현미차만 마시고 꼬박 금식을 했었기에.. 원래 오지고 지리는 지성피부라서 더 그럴지도요. 저만 그럴지도. 제가 감히 제 티스토리라고 제멋대로 공식선언을 제가 또 나대서

     

    2) 위와 같은 이유로 살이 빠짐. 나이키 빅세일 때 예뻐서 쟁여뒀던 뭔 유아용 요가탑 같은거 이제 숨 멈추면 들어간다. 숨 멈춘 채로 운동은 못 한다는 게 함정..

     

    근데 사실 피부랑 살은 생각도 없었고 턱이 갸름해질 줄 알았는디...전혀..

     

    아 그리고 치아 건강에 대해 역설할 때 왜 꼭 '사과'라는 존재가 나오는지 이제서야 깨달았다. 아무리 조각조각을 내도 가장 씹기 힘든 것. 그거 사과라는 과일.

     

    발치하는 값과 약값까지 해서 총 4만 4천 3백원 썼다. 치과 입장에선 돈 안 되고 고된 작업이라던데 정말 그러할듯..

    내 최종 감상은 뭐 그냥 단식원 체험 한 것 같다 이 정도? 근데 이제 죽을 듯한 아픔과 불면을 곁들인

     

    반대쪽 누워계신 사랑니 분은 여름 즈음에 결별할 것이외다.

    쫄보긴 하지만 절대 무서워서가 아니다. 요즘 같은 날씨에 절대 얼굴에 아이스팩 못 대고 있겠음. 미치지 않고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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